
리그를 정의한 선수들: 영웅들의 개인적 이야기
이 시즌은 단순히 팀 간의 경쟁을 넘어, 앨런 아이버슨, 트레이시 맥그레이디, 벤 월러스 등 개인의 서사가 강한 선수들이 빛을 발한 해였습니다.
앨런 아이버슨: “연습” 논란과 MVP의 탄생 앨런 아이버슨은 평균 31.1점으로 득점왕에 올랐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규 시즌 MVP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MVP 수상은 당시부터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샤킬 오닐의 압도적인 효율성(윈셰어 14.9, 야투 성공률 57.5%)과 레이커스의 뛰어난 성적(76ers와 동일한 56승 26패)을 들어 샤크가 MVP를 받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당시 레이커스는 76ers와 같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었으며, 샤크는 리그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하는 선수였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이버슨이 MVP를 수상한 것은 그가 리그를 지배한 것이 아니라, 그가 속한 팀이 약한 컨퍼런스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수 개인 간의 비교가 아니라, 농구 철학의 충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샤크의 MVP 수상은 ‘효율성’과 ‘압도적인 포스트 장악력’에 대한 인정이었을 것입니다. 반면, 아이버슨의 MVP 수상은 투지와 고군분투, 그리고 새로운 시대의 ‘콤보 가드’에 대한 미디어와 팬들의 인정을 상징했습니다. 아이버슨은 자신에게 주어진 MVP에 대해 “샤킬 오닐은 350파운드고, 나는 165파운드다. 내가 이뤄낸 것을 봐라. 그리고 그가 이뤄낸 것을 봐라. 당신들은 그가 해낸 것을 빼앗을 수 없지만, 내가 우리 팀을 위해 해낸 것을 빼앗으려는 것도 불공평하다”고 말하며 수상의 정당성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이는 통계적 효율성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아이버슨의 기여와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2000-2001 NBA 시즌 주요 스탯 리더
순위 | 선수 (팀) | 평균 득점 (PPG) | 평균 리바운드 (RPG) | 평균 어시스트 (APG) |
1위 | 앨런 아이버슨 (PHI) | 31.1 | 3.8 | 4.6 |
2위 | 제리 스택하우스 (DET) | 29.8 | 3.9 | 5.1 |
3위 | 샤킬 오닐 (LAL) | 28.7 | 12.7 | 3.7 |
4위 | 코비 브라이언트 (LAL) | 28.5 | 5.9 | 5.0 |
5위 | 빈스 카터 (TOR) | 27.6 | 5.5 | 3.9 |
– | – | – | – | – |
1위 | 디켐베 무톰보 (TOT) | 13.5 | 1.1 | 10.0 |
2위 | 벤 월러스 (DET) | 6.4 | 13.2 | 1.5 |
3위 | 샤킬 오닐 (LAL) | 28.7 | 12.7 | 3.7 |
벤 월러스, 언드래프티드의 수비 혁명가 벤 월러스는 그 시즌 전체 리바운드 1위(1052개)를 차지하며 수비 스탯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샤킬 오닐과 같은 거인들과 맞설 수 있었던 그의 비결은 “에너지와 민첩성”에 있었다고 직접 밝혔습니다. 그는 “내가 득점 20, 30점을 못 올리더라도, 상대방이 나에게 20, 30점을 올리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철학으로 코트를 지배했습니다.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의 슈퍼스타 서막 그랜트 힐의 부상으로 예기치 않게 팀의 에이스가 된 T-Mac은 26.8점, 7.5리바운드, 4.6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되고 기량발전상을 수상했습니다. 그의 폭발적인 득점력과 다재다능함은 그가 리그의 새로운 얼굴로 부상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코트 위를 넘어선 이야기: 농구의 시대적 변화와 비하인드
2000-2001 시즌은 전술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변화를 겪은 해였습니다. 당시 NBA는 여전히 샤킬 오닐, 팀 던컨, 크리스 웨버 등 포스트 플레이를 중심으로 하는 빅맨들의 시대였고, 이는 올스타전 서부 컨퍼런스 팀의 거대한 라인업(던컨, 가넷, 웨버, 라시드 월러스)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하지만 2001년 올스타전은 단순한 친선 경기가 아닌, 미래의 농구를 예고한 상징적인 사건이었습니다. 서부팀이 경기 중반 21점 차로 크게 앞서며 승리가 기울어진 듯 보였으나, 래리 브라운 감독이 이끄는 동부팀은 아이버슨, 스테판 마버리, 빈스 카터, 트레이시 맥그레이디와 같은 기동력 있는 ‘콤보 가드’와 윙 자원들을 대거 기용하며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스피드와 외곽 공격을 활용해 서부의 거대한 라인업을 무너뜨렸고, 아이버슨의 활약에 힘입어 1점 차의 기적적인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이는 당시의 지배적인 전술(사이즈 우위)과 미래의 전술(스피드와 외곽 공격)이 충돌한 예고편이었습니다. 수비 지향적인 래리 브라운 감독이 ‘작은 라인업’으로 큰 라인업을 무너뜨린 것은 당시 농구계가 직면한 변화를 보여주는 아이러니한 사건이었습니다.
개인 비하인드 스토리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앨런 아이버슨의 “연습(Practice)?” 기자회견입니다. 이 영상은 수십 년간 희화화되며 아이버슨의 ‘불성실함’을 상징하는 자료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아이버슨은 친구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과 구단과의 트레이드 루머로 인해 복합적인 감정 상태에 있었습니다. 그의 발언은 단순히 훈련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기 내적인 헌신이 왜 인정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좌절감의 표현이었습니다. “우리는 경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아니잖아! 나는 코트에서 죽을 각오로 모든 경기를 뛰는데, 우리는 고작 연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잖아!”라는 그의 외침은 그를 단순한 농구선수를 넘어, 자신의 결점을 숨기지 않는 솔직함과 반항적인 정신을 대변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만들었습니다.
정규 시즌의 마침표, 그리고 왕조의 시작
2000-2001 정규 시즌은 그랜트 힐의 비극과 T-Mac의 성장, 벤 월러스의 수비 혁명 등 흥미로운 개인적 서사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또한 동부의 수비 철학(76ers)과 서부의 다채로운 공격 전술(레이커스, 킹스)이 공존하며 전술적 과도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시즌의 정규 시즌 MVP는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인 앨런 아이버슨에게 돌아갔지만, 궁극적인 지배력은 여전히 샤킬 오닐이라는 압도적인 센터를 중심으로 한 LA 레이커스에게 있었습니다. 레이커스는 압도적인 15승 1패의 플레이오프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정규 시즌의 치열한 이야기가 결국 어떻게 지배적인 왕조의 탄생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 15승 1패 기록은 당시 NBA 역사상 가장 높은 플레이오프 승률이었습니다. 2000-2001 시즌은 과거의 지배력(빅맨)과 미래의 흐름(가드)이 교차하며, 새로운 왕조의 서막을 알린 상징적인 한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